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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건물, 공장, 농장 등을 지속적으로 파괴하면서 가자지구 재점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재국들은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야욕에 맞서 전쟁 후 팔레스타인인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휴전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인도적 지원이 끊긴 가자지구에서는 '지옥 같은 삶'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접경 완충지대 확장… "점령 확장"
영국 적금 이자 일간 가디언은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제대군인들이 결성한 시민단체 '브레이킹 더 사일런스' 보고서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국경을 따라 있는 모든 건물들을 파괴하고 해당 지역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모두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살인구역'(kill zone)으로 명명된 이 완충지대는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인천우리캐피탈 가자지구 경계를 따라 300ｍ 폭 안에 설정됐으나 최근 800m~1㎞가량으로 더 확장된 것으로 전해졌다.
완충지대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군 병사 4명은 민간인이 사는 주택은 물론 학교, 이슬람교 회당, 묘지, 농장, 공공시설물 등 대부분 건물과 시설을 조직적으로 파괴하라고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해당 구역 안에 있는 각종 장애물을 수능시험고사장 모두 없애 이스라엘군이 적군인 하마스를 잘 식별해 공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완충지대에는 '엄청난 규모의 죽음의 지대'가 형성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과거 사람들이 농사 짓고 산업 기반시설을 세웠던 삶의 터전이 광대한 황무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전투부대의 병사들은 "가자 주민들이 거의 없어지자, 우리는 남은 집을 폭파하기 유급휴가 시작했다"며 완충지대에서 사람을 발견하면 전부 테러리스트로 간주해 즉시 발포하도록 명령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영토 재점령을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달 21일 가자지구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킬 것을 지시하며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송환하지 않으면 2009년저소득층지원 점령 지역을 확대하고 영구적 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이 가자 경계에서 1.2㎞ 떨어진 수백 개 건물을 파괴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전쟁 범죄로 조사돼야 하는 체계적인 파괴행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가자지구는 이미 지옥"
이스라엘이 재점령 의지를 노골화하자 중재국들은 가자지구 통치가 팔레스타인인에 의해 스스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정상회담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영토의 통치, 법과 질서, 안보를 유지하는 것은 국제적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전적인 책임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 추방이나 영토 합병에 반대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자 독자 정부를 세우는) '두 국가 해법'의 실행 가능성을 훼손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일방적인 행동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두 달째 포성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가자지구의 식량 및 인도적 지원 물품 공급을 중단하자 도시 곳곳에 쓰레기가 난무하고 있으며, 물 부족으로 인해 임시 대피소에는 벼룩과 진드기가 들끓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군사 공격 재개 후 505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91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구호단체들은 "폭탄이나 총알에 죽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생존 수단이 부족해 민간인들은 천천히 질식사하고 있다"며 "유일한 차이는 죽음의 수단과 속도뿐"이라고 미 CNN 방송에 전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