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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하얼빈’과 시민을 지키는 소방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소방관’이 25일 하루 동안 104만 관객을 합작하며 팬데믹 이후 지난 5년간 성탄 극장가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한 리더 부재의 시대에, 대중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역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기까지 고난의 학자금대출 금리인하 행군과 인간적 고뇌를 담은 ‘하얼빈’(감독 우민호)은 성탄절 하루에만 약 84만 관객을 모았다. 이는 ‘아바타:물의 길’(77만 명·2022),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59만 명·2021), ‘서울의 봄’(42만 명·2023)을 넘어 팬데믹 기간 성탄절에 상영된 영화 중 최고 성적이다. ‘하얼빈’은 안중근이 거사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비교적 담담하 생애첫주택 취득세 게 훑으며 영화적 재미를 위한 극적 장치는 최대한 배제했다. 하지만 “끝까지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을 모아야 한다. 기어이 앞에 나가고, 뒤에 나가고, 급히 나가고, 더디 나가고, 미리 준비하고 뒷일을 준비하면 모든 일을 이룰 것이다”라는 안중근의 결연한 외침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대한민국의 엄중한 시국과 현대저축은행 매각 맞물려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아울러 “조선이란 나라는 수백 년간 어리석은 왕과 부패한 유생들이 지배해 온 나라지만 저 나라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는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 또한 탄핵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대중의 모습과 진배없다는 평이다.
상영 4주차에 접어든 ‘소방관’ 역시 적금 이자 높은 은행 뒷심을 내며 성탄절에 약 19만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지난 2001년,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했던 홍제동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에도 자신보다는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살신성인하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4년간 개봉이 미뤄져 ‘창고 영화’라는 오명을 썼으나, 공개 이후 “사람을 구하면서 목적물 살 수 있는 자격, 세상에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소중한 자격을 포기할 수가 없다” “내가 여기서 지면 저 사람은 죽는다” 등의 명대사가 회자되며 3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뒀다.
두 영화는 위기와 절망을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몸 바치는 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참된 리더에 목마른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안긴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공공의 이익과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인물을 준거로 제시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면서 “요즘 정국에는 시민들이 오히려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하얼빈’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간적인 고뇌에 빠진 안중근을 보며 관객들이 일종의 연대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