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왕세자비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다 보면 금세 새하얀 눈이 찾아오는 11월이다. 여름 바다가 그렇듯 이 계절의 주인공 역시 설산을 가로지르는 윈터 액티비티다. 스키복과 장비를 장만하고자 쇼핑 탭을 기웃거려본 누구라도 한 번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스키 패션을 마주쳤을 것. 선명한 원색 플레이와 네온 프린트, 오버핏 실루엣, 커다란 헤드밴드, 미러 렌즈 선글라스와 볼드한 골드 후프 이어링까지. 1980년대 글램 룩을 설원에 옮긴 그의 스키 웨어 시리즈는 지금까지 회자되는 패션의 한 챕터다. 가장 유명한 의상인 헤드의 마젠타 레드 점프슈트는 20 릴게임사이트추천 22년 헤드 레거시 캡슐 컬렉션으로 부활한 적 있고, 실제 다이애나가 착용한 의상은 올해 여름 경매에 부쳐져 예상을 10배 웃도는 금액인 32만5천 달러(한화 약 4억6천만원)에 낙찰됐을 정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체리마스터모바일 이 밖에도 케이블 니트 차림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1960년대), 타이트 팬츠를 입은 브리지트 바르도의 스타일(1970년대) 역시 ‘빈티지 스키’ 하면 떠오르는 레전드 신으로 회자된다. 시기도, 취향도 다른 이들의 모멘트는 결국 ‘아프레스키(Après-ski)’라는 하나의 줄기로 통한다. 프랑스어로 ‘이후에’라는 뜻의 ‘après’와 ‘ski’의 골드몽 합성어로 ‘스키 후의 시간’을 의미하는 아프레스키는 스키를 탄 뒤 리조트나 별장 등 인근에서 펼쳐지는 사교 활동과 휴식, 식사 시간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투박한 스노 부츠, 슬로프에 반사된 햇빛을 차단하는 선글라스나 고글, 추운 날씨에 대비하는 다양한 방한 액세서리, 스키복 사이로 입고 벗기 쉬운 니트웨어를 중심으로 발전한 것이 기본적인 메이저릴게임사이트 드레스 코드. 1963년 영화 〈샤레이드〉의 첫 장면이 이 문화를 잘 표현한다. 슬로프를 질주하는 스키어들을 뒤로한 채, 햇살 가득한 테라스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오드리 헵번이 등장한다. 발라클라바가 더해진 캣슈트에 퍼 코트, 비니와 오벌 선글라스, 장갑까지 브라운 컬러로 맞춰 입은 그가 이동한 곳은 실내 수영장. 눈 덮인 산꼭대기에서 휴양을 즐기는 이들의 야마토연타 모습은 부유하며 여유롭기 이를 데 없다. 당대의 할리우드 스타들, 로열패밀리가 즐겼을 바로 그 모습이다. 알프스와 오스트리아 티롤, 북미, 일본 등 지역마다 분위기 차이는 있으나 아프레스키 활동은 오후 늦게 리프트 운행이 끝난 뒤 시작한다. 샴페인, 맥주, 스파, 요즘은 DJ 공연도 즐기는 이 고급 휴양 문화를 두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지는 ‘원조’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라 표현했다. 과시하지 않고 절제된 방식, 즉 소재나 태도로 드러나는 품위라는 거다. 콰이어트 럭셔리와 결을 같이하는 이 개념 속에 뜻밖에도 스포츠웨어가 당당히 자리를 차지했다. 즉 스키 패션은 기능복과 리조트 라이프스타일을 넘나드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스키복을 입은 채 샴페인을 마실 수 있는, 보기 드문 스포츠웨어의 미장센을 실현한 이 복장은 럭셔리 패션 하우스에 의해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세상의 빗장이 잠겼던 그때, 알프스 설원을 저벅저벅 거닐던 2021 F/W 시즌 미우미우의 마운틴 걸들은 패딩, 스키 부츠 같은 실용적 복장도 이토록 아름답고 즐거울 수 있음을 명시했다. 다양한 여성의 유대와 연대를 용감하게 드러냈던 이 컬렉션은 아프레스키 스타일에 현대적 해석을 더한 귀한 사례다. 특히 이번 시즌엔 더 많은 선택지가 펼쳐졌다. 스키, 휴식, 사교를 테마로 한 샤넬의 코코네쥬 컬렉션엔 앰배서더 고마츠 나나가 등장한다. 사슴 무늬 카디건, 핑크색 패딩 등 산악 스타일에 위트를 접목했다. 디올알프스 캡슐 컬렉션엔 스키 고글부터 시어링 백, 데님 팬츠까지 설산과 일상을 넘나드는 실용적인 코드가 가득하다. 로로피아나는 스키 시즌의 낮과 밤을 아우르는 홀리데이 컬렉션을 출시했다. 차분한 캐시미어 사이로 과감한 빛을 내는 스팽글을 매치하고, 은은한 금사를 엮은 니트 앙상블은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이테크 럭셔리를 선도하는 퓨잡은 극한의 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는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아우터를 선보였다. 결국 다이애나의 붉은 스키 슈트는 기능을 넘어선 태도를 보여준다. 운동을 즐기는 시간이 곧 럭셔리인 요즘, 눈 위의 스키복은 보이는 휴식을 조용하게 뽐내는 스텔스 웰스의 정점에 선 한 벌이다.



1, 2 고글 1백70만원, 부츠 2백90만원 모두 Dior. 3 케이블 니트 5백11만원 Loro Piana. 4 플리스 재킷 5백63만원 Louis Vuitton.





5 핸드 머프 2백51만원대 Chanel. 6 스키 슈트 3백14만원 Fusalp. 7 마야 70 재킷 3백47만원 Moncler. 기자 admin@gamemong.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