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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1월21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최대 5000억 달러(약 728조원)를 투자해 미국에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그러면서 스타게이트의 핵심 목적이 중국을 겨냥한 AI 전쟁 선언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발표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미국의 빅테크, 일본의 IT 대부가 참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점을 둔 메시지는 5000억 달러 투자였다.
손정의 회장은 곧바로 5000억 달러를 들고 왔다며 "미국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 주택청약종합저축소득공제서류 는 낯 뜨거운 찬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사했다. 5000억 달러를 유독 강조한 이유는 뭘까. 기업 혁신, 경제 성장, 국가안보를 포괄하는 생성형 AI의 성능을 키우는 데 핵심은 돈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중국 딥시크의 등장으로 '돈이 많아야 AI를 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금이 가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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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왼쪽부터)가 듣고 있는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AP연합


"과학기술은 머니 게임" 고정관념 흔들린 미국
전 세계 신김치 에서 창조와 혁신을 가장 내재화한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과학기술을 기술 그 자체로 보지 않는다. 과학기술은 일차적으로 기업 혁신, 이차적으로 경제 성장, 마지막으로는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다. 미국은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1957년 당시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렸을 때도 미국은 항공 소상공인지원쎈타 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막대한 투자로 소련을 넘어섰다.
미국은 소련을 제압하고 미지의 우주 영역을 장악한 후 투자 규모가 과학기술 패권을 지키는 성공 방식임을 체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에게 정부 효율화를 맡겨 불필요한 돈을 절감하고 AI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주장한 건 우연이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혁신이 투자 십이지장 액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서슴지 않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구글, 오픈AI, 메타는 AI 성과가 투자금에 비례한다고 말해 왔다.
딥시크가 전 세계에 충격을 선사한 딥시크-R1 모델을 출시한 날은 1월20일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에 해당 모델을 내놓았다.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쩐의 전쟁'을 선포하며 미국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얘기한 트럼프 정부와 손정의 회장은 일순간 머쓱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폐쇄적인 AI 개발 방식을 후회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한 모양새가 됐다.
미국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창조와 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AI와 관련해선 두 가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다. 첫째, 중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이미 통제했다는 그들의 오만함이다. 미국은 2018년부터 반도체, 해양기술, 5G, AI, 로봇, 통신장비, 양자컴퓨터, 드론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의 IT 우수 인재는 미국 유학파라는 점을 감안해 그들의 역량은 손안에 있다고 단언했다.
둘째, AI 패권은 돈으로 갈린다는 환상이었다. 구글, 메타, 오픈AI, 엔비디아 등 혁신을 주도하는 IT 기업은 AI의 승부는 머니(Money)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과 일론 머스크가 중국의 딥시크는 분명 성능이 낮은 H800이 아닌 고성능칩인 H100을 썼을 것이라고 음모론을 펴는 이유는 그들의 생존 때문이다. 딥시크 사태 이후 단 하루 만에 엔비디아와 나스닥의 시가총액은 각각 6000억 달러, 1조 달러 증발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REUTERS


'AI 성장론' 문 연 딥시크…실리콘밸리의 불안
미국 정부와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가 내놓는 중국 딥시크의 고성능 H100칩 사용 음모론 제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어느 쪽으로 따져봐도 미국 정부와 실리콘밸리에는 악재다. 만약 딥시크가 실제로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사용했다면 중국의 과학기술을 통제했다는 그들의 첫 번째 고정관념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과학기술 영역에서 중국 기업을 통제해온 미국의 관리 방식에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둘째, 딥시크가 값싼 H800칩을 사용했다면 AI 패권은 돈으로 갈린다는 미국의 두 번째 고정관념 역시 붕괴된다. 이는 첫 번째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다. AI의 대명사인 오픈AI의 수장 샘 올트먼이 폐쇄적 개발을 후회한다고 말한 점, 그리고 손정의 회장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동참을 호소하고 일본과 인도를 거치며 AI 동맹을 다진 행보에서는 신속함이 아닌 초조함이 읽힌다.
2022년 11월30일 오픈AI가 첫 번째 문을 연 AI 낙관론은 지난해 8월 비관론이라는 두 번째 문으로 들어섰다. 골드만삭스나 헤지펀드의 비관 섞인 전망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지난해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AI 관련 논문에 있다. 논문은 AI가 자체 생성한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면 엉터리 결과만 도출한다는 점을 비판했다.
물론, 실리콘밸리가 AI를 머니 게임이라고 부른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다. AI는 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해야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최근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원작자 허가 없이 자료를 무단 학습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료로 전환된 언론 기사, 서적, 논문, 영상 등을 AI가 학습하려면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게 사실이다. 반복해 데이터를 학습한 후 도출한 결과값의 오류는 또 다른 고민이다.
딥시크는 추론 모델 R1을 통해 무한 반복하는 지루한 학습이 아닌 강화 학습을 진행하면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처럼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 깨달음의 순간(Aha moment)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AI 성장론'이란 제3의 문을 연 것이다. 딥시크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논문으로도 공개했다. 딥시크 개발자는 트럼프 정부와 실리콘밸리가 경계한 미국 유학파도, 박사급 인력도 아니다.
혁신, 성장, 안보의 무게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미국의 황금기는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지만 미국과 실리콘밸리의 진짜 위기는 바로 지금이다.